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You're the apple of my eye)(2011) 스크린 밖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You're the apple of my eye
구파도 감독. 2012년 8월 22일 한국 개봉.




 영화 속 주인공 여학생 션자이(진연희 분)는 내 고등학교 동창 친구와 매우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깨끗하고 수수한 스타일, 옷차림은 여성스럽지만 새침한 성격의 소녀. 그 아이를 좋아했던 남자애도 많았는데, 그 중 한 명은 몇 날 며칠을 친구의 학원이 끝나기를 기다려 말없이 캔커피를 주고 갔던 기억이 난다. 영화에서는 다섯 명의 팔팔한 청춘 남학생들이 션자이를 좋아한다. 그야말로 션자이는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 이미지의 형상화'다. 대부분의 첫사랑 소재 영화가 그렇듯이 이 영화 역시 남학생의 시점이 주다. 하지만 첫사랑을 하는 여고생의 시점 또한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영화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주인공 남학생의 이름은 컨징텅(가진동 분). 줄여서 컨텅이라고 부른다. 이 캐릭터가 난 이 영화의 결정적인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성 관객들에게. 남자만 첫사랑을 하는 건 아니다. 평생 그 추억을 안고 살진 않지만 여자에게도 첫사랑은 특별하다. 공부는 못하지만 운동은 좋아하고, 혈기 왕성하며 무슨 일에나 능글능글 뺀질뺀질한 잘생긴 남자아이.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니가 너무너무 좋은데 어떡해?'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남학생인 컨징텅 역시 여성에겐 '첫사랑 이미지의 형상화'다. 영화 속에서 션자이는 컨징텅에게 '넌 뭐가 되고 싶어?' 하고 묻는다. 컨징텅은 대답한다. '대단한 사람'. 그리고 말을 잇는다. '이 세상이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달라진다면...' 유학을 떠난다느니, 대학원에 가서 학위를 딴다느니 하는 다른 남학생들의 대답보다 컨징텅의 대답은 션자이의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린다. 동시에 이를 지켜보는 여성 관객들의 마음도.

 서로에 대한 호감을 마음에 숨긴 채 다른 친구들과 함께 티격태격 보냈던 고등학교 시절은 대학교 시절로 넘어가며 전환점을 맞이한다. 아이들은 각자의 적성을 찾아 각각 다른 지역으로 진학하고, 션자이와 컨징텅 역시 떨어져 생활하게 된다. 사범대에 진학해 조신한 여대생이 된 션자이와 광란의 남학생 기숙사에서 사건을 주도하는 컨징텅의 간극 또한 벌어진다. 소년과 소녀의 수줍은 교감이 아닌, 화성인 남자와 금성인 여자의 맞닿을 수 없는 대화가 시작된다. 계속되는 엇갈림. 하지만 함께 나누었던 추억은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그들을 붙잡는다.

 첫사랑은 처음이라 서툰 사랑이다. '네가 나를 너무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두려워. 네가 나랑 사귀고 나면 나에 대한 감정이 식고 환상도 깨져버리면 어떡해?' 하는 션자이의 고민은 지금은 사소하게 넘겨버릴 감정이지만 그 땐 머릿 속을 꽉 채우는 일생 일대의 갈등이었다. 하지만 상대 남학생은 '유치해서' 나의 이러한 깊은 고민을 모른다. 성장하는 동안 가장 잔인한건,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성숙하며 그 성숙함에 견뎌낼 남학생은 없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첫사랑은 이루어지게 될까? 그 결과보다 인상깊었던 것은 후반부 씬의 연출이었다.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보고 빵 터진 웃음이, 같은 장면이 계속되는 와중에 아련한 미소로 바뀌게 한다. You're the apple of my eye(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소중한 너). 발갛게 변하고 나면 느낄 수 없는 아오리 사과만의 푸름과 싱그러움이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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